2014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이 장밋빛 낙관론으로 넘쳐나고 있다. 바닥론 주장은 그동안도 회복 기미가 있을 때마다 제기되었지만 ‘희망 사항’으로 끝났다. 작년만 하더라도 후반기에 바닥을 찍고 회복기로 접어들 것으로 봤던 게 시장전문가들의 중론이었다. 현실은 그렇지 못했지만, 올 들어 그 중론은 확신으로 바뀌고 있는 듯하다. 지금(상반기)은 바닥을 지나는 중이고 하반기 들어 시장회복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시장전문가들은 합의하듯 예단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금 기미를 보이는 회복은 ‘반짝 상승’이 아니라 ‘대세 상승’이라는 진단도 힘을 얻고 있다. 최근 들어 경제지들은 대부분 2014년 전망을 이런 기조로 다시 내놓고 있다.    

 

 

대세 상승 징후는 여기저기서 읽혀진다. 주택거래량(건)이 2013년 74만에서 2014년 85만으로 약 15% 급증한 것이 대표 징표다. 글로벌 위기가 들이닥치기 전인 2007년 주택거래가 87만 건이었음을 감안할 때 이 정도 거래는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다 할 수 있다. 거래증가의 으뜸 원인으로는 전세가 상승에 따른 매매전환이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 건수는 작년 4.4분기에 전세거래의 90% 가까이 늘었다. 10건 거래 중 3건으로 떨어졌던 매매가 5건에 가까이 늘었다는 뜻이다. 아파트 매매가격도 10분기 만에 처음으로 올랐다. 그동안 강남권에서만 돌던 온기도 수도권 전역으로 퍼지고 있는 중이다.

 

주택시장이 본격 기지개를 켜고 있는 징표다. 10명 중 6명은 부동산 경기를 긍정적으로 인식할 정도로 구매심리도 빠르게 되살아나고 있음을 여론조사가 보여주고 있다. 서울·수도권 집값은 1% 오르고 주택거래량은 40-50% 늘 전망이 전문연구기관에 의해 제출되어 있다. 전국적으로 가격 오름세와 거래 활성화는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고 한다. 국책연구기관의 자료에 의하면 집값은 약 1.3% 오르고 거래량은 지난해보다 2만 건이 늘어 87만 건에 이를 전망이다. 거래량으로만 보면 올해의 부동산 시장은 위기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가는 셈이다.

 

 

대세 상승을 뒷받침하는 추동력이 가볍지 않다. 우선 업계(시장전문가) 요구해온 정책 불확실성의 해소와 시장 정상화의 기반이 집값 폭등기 때 도입되었지만, 침체기에도 남아 시장을 옥죄었던 굵직한 규제 대못들이 지난해 말 관련법 개정으로 대부분 뿌리가 뽑혀 시장에서 사라졌다. 취득세 영구인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철폐,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은 거래 정상화와 시장회복을 가로막아오던 3가지 굵직한 대못이 뽑힌 것으로 간주된다. 이로써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이명박 정부와 현 정부가 추진한 주택시장 규제 완화의 릴레이가 끝났다. 규제 대못이 뽑힌 시장에선 거래가 점차 늘고 2주택 이상을 보유하려는 수요도 늘 것으로 시장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국책연구기관에 의하면 양도세 중과 등 규제 완화로 전국에서 연간 1만 가구 이상의 주택거래가 늘 것이라고 한다.

 

업계가 요구한 핵심규제가 풀렸다는 것은 실수요뿐만 투자(투기)수요도 활기를 띠는 환경이 조성되었다는 것을 말한다. 가령 지난해 말 법 개정을 통해 단기보유 양도 세율도 하향 조정되었다(1년 미만 50% -> 40%, 1-2년 미만 40%->기본세율(6-38%)). 취득세가 영구 인하되고 다주택보유 양도세 중과가 폐지되며 1년 이상만 보유하면 시세차익의 상당 부분이 세금으로 내지 않게 되는 시장환경은 실수요를 넘어 투자(투기)수요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는 것이다. 향후 2년 이내 주택을 사고, 팔 의사를 가진 사람들이 10명 중 6명이 이상이 될 정도로 투자(투기)심리가 되살아나는 것도 실수요를 넘어서는 시장환경 조성을 낙관하는 까닭으로 꼽힌다.

 

대세 상승은 이런 조건들에 의해 자극을 받지만, 이를 다져주는 것은 실물경제 개선이다. 2012년 2%까지 떨어졌던 경제성장률이 2013년 2.8%로 올랐고 올해엔 3.8%를 넘어 4%까지 기대된다. 실물경제가 나아지면 시장수요나 투자가 느는 것은 당연하다. 올해의 실물경제 개선은 경기순환에 따른 상승 국면과 맞물린 것이다. 즉, 2008년 글로벌 위기로 시작된 6년간의 불황이 끝나면서 나타나는 실물경제 회복이라는 것이다. 6년의 침체를 거치면서 위기 전 과대 팽창된 경제가 조정기를 거쳐 새롭게 거듭나고 있는 중이라는 뜻이다. 거시경제 지표는 물론이고, 그에 연동된 부동산 시장거래의 지표도 일제히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나는 것은 침체의 끝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고 한다. 그간 도입된 일련의 규제 완화 정책들이 효과를 드러내는 것도 이러한 국면과 맞물린 덕택일 것이다.

 

올해의 주택시장 상황은, 그래서 1998년 IMF 위기 회복이 본격화된 2002년과 닮아 있다고 한다. 두 해 모두 경제위기를 맞은 지 6년차고 성장률이 탄력적인 상승세를 이루며 위기 극복을 위한 규제완화가 본격 효과를 발휘하는 등이 그러하다. 실물경제 개선과 맞물러, 주택시장은 하락세가 계속되는 동안 급속한 집값조정, 완만한 소득 증가, 금리하락 등으로 인해 체질 개선을 이루어졌다. 그 결과 가계의 구매여력 증가로 대세 상승의 연료가 되고 있다고 한다. ‘크레디트스위스 보고서’는 ‘서울의 주택구매 여력이 최대였던 2001년 수준에 근접해할 정도로 커져 집값 회복의 견인차가 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2002년 이후 부동산 시장 상황은 80년대 후반의 제1차 파동에 이은 제2차 파동이라 불릴 정도로 뜨거웠다. 2002년 이후와 같은 대세 상승이 과연 가능할까? 최근의 부동산 시장 회복이 과연 경기순환 국면에서의 대세 상승이라 할 수 있을까? 2002년형 대세상승이 지금의 부동산시장에서 가능하고 그 후유증은 없을까? 사실, 부동산 시장이 저점을 지나 회복기에 접어들었음을 인정하는 시장전문가들은 2002년형 과열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우선 경기순환과 맞물린 지도 논란이 있지만, 무엇보다 두 시점 간에 적잖은 차이가 있다.

 

올해의 경기전망이 분명히 나아지는 정황을 가지고 있다 해도, 이는 그간 지속된 침체상황과의 상대적 비교에서 인지되는 것으로, 엄격하게 보면 여전히 바닥론의 연장일 수 있다. 부동산 시장 상황이 아직도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2002년 상황과 비교하면, 주택시장의 구조는 물론이고 회복의 패턴도 다르며, 대세상승을 추동하는 여력도 그렇게 크지 않다. 우선 과거와 달리, 거래량이 증가해도 거래가격이 오르지 않고 오히려 하락하는 역상관관계 마저 보이고 있어, 실수요를 넘어서는 본격적인 시장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 서울의 경우,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거래량은 1,912건에서 6,527건으로 3배 증가했지만 3.3㎡당 매매가격은 1,617만 원에서 1,613만 원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올해 가격이 오른다 해도, 그 폭은 1% 남짓하고 전국적으로도 1.3%에 불과하다. 거래가 늘어난다 해도 2만 건 정도다. 전세 대비 매매 비중이 증가한다 해도 과거와 같은 매매중심으로 거래시장이 다시 재편되기가 쉽지 않다. 전세가가 70주 이상 계속 오르는 것은 이를 말해준다.

 

규제대못이 뽑혀 투자자의 관점에서 정책 불확실성이 사라졌다 해도 과거와 같은 불법적 시세차익, 즉 부동산거래로부터 막대한 불로소득을 얻을 수 없다. 가령, 취득세가 영구 인하되었다 해도 여전히 1-3% 수준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철폐됐다 해도 그 세율은 여전히 6-38% 수준이다. 그동안 거래활성화를 위해 취득세 한시적 감면이나 양도세 중과 유예를 반복해 왔기 때문에 규제 완화가 새로운 정책유인이 되기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실수요를 넘어서는 투기적 수요를 충족할 정도의 시장 과열화는 앞으로 상당기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령, 규제완화로 2주택 이상에 대한 투자가 되살아나도 과거와 같이 터무니없는 자본수익을 기대하긴 쉽지 않다.

 

주택보급률이 급속하게 확대된 결과,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형성이나 시세차익 실현도 불가능하게 되었다. 서울·수도권만 하더라도, 2002년 91.6%였던 주택보급률이 2012년 106%가 높아져, 주택거래량도 그렇지만 집값 오름에 한계가 있다. 주택보급률이 이 정도가 되면, 집을 살 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샀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집을 살 수 있는 계층이 그 만큼 엷다. 인구수의 점진적 감소, 특히 생산연령인구의 축소, 일인 가구의 급속한 증가, 노령화 등과 같은 인구사회적 조건들은, 경향적인 것이라도 해도 주택소비시장의 하향적 축소와 재편을 강제하는 요인으로 계속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세계 최고 수준의 가계부채는 주택구매력을 근본적으로 높일 수 없는 족쇄가 되고 있다. 설혹 파격적인 저리의 대출조건을 마련해줘도 미래의 집값상승이 뒷받침되지 않을 때 ‘하우스 푸어의 양산’ 등 국민경제(특히 금융경제)를 극도로 불안케 할 수 있다. 추가적인 금융규제 완화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시장세력이 기대하는 대세 상승이 되려면 실수요를 넘어 투자·투기 수요를 실현시켜 줄 정도의 가격 (급)상승이 이뤄져야 하고, 또한 많은 시세차익을 불로소득으로 챙겨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과연 우리의 집값이 그러한 여력을 가지고 있을까? 실질소득을 가지고 본다면, 한국의 집값은 아직도 선진국의 2, 3배 수준이다. 한국에서 월세가 잘 안 되는 까닭은 수입에서 차지하는 월세란 주거비의 비중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높은 월세는 '소득 대비 높은 집값'과 관련된다. 최근에 월세가 빠르게 확산되는 것은 적정 월세로 환산되는 집값의 (하향)조정과 연관된 것이다. 집값이 떨어지지 않으면 ‘부담 가능한 임대료(the affordable rent)’가 형성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바꾸어 말하면, 주택이란 재화도 이젠 일반 상품과 같은 수준의 가격이 형성되어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즉, 집값의 오름과 내림도 일반물가 상승률이나 은행이자율을 따르는 가치재로의 성격을 갖추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시장의 정상화다.

 

따라서 실질소득 기준으로 본다면 한국의 집값은 상대적으로 더 떨어져야 하고, 물가상승률이나 은행이자율에 연동되는 가격상승이 이루어진다면, 한국의 집값은 상승한다 해도 완만할 수밖에 없다. 이른바 하방 경직화는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 또한 진정한 시장법칙의 반영이다. 국민소득 3만 달러를 앞둔 (준)선진국으로서 한국의 주택시장이 되살아난다면, 이젠 시장법칙이 제대로 먹히는 정상시장으로 거듭남일 것이다. 대세상승이라 해도 2002년 이후의  ‘가격폭등, 거래폭증, 돈벼락 같은 시세차익’을 동반하는 반시장적인 현상은 없을 것이고, 있다면 정책규제의 대상이 될 것이다. 투기세력이 기대하는 ‘2002년형 대세상승’이 되려면, 주택시장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거시경제나 정치제도 모두 12년 전의 것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가능할까?

 

 

 

일본경제와 달리, 한국경제는 아직도 성장하고 있다. 올해의 3.8% 성장률(기대치)은 한국경제의 규모로 봐 만만찮지만 성장의 지속성을 증빙해주기에 충분하다. 주택의 거래나 가격 상승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더욱 6년의 조정기를 거친 만큼, 시장회복이 일정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그 자체로서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2008년 이후의 시장침체는 고도성장기 시장의 자기조정이란 점에서 자연스러운 것인 만큼, 침체가 회복으로 바뀐다는 것은 조정된 주택시장이 뜬다는 것을 말한다. 2014년 대세 상승은 조정된 시장으로서 대세 상승이기 때문에 2002년 이후와 같은 투기과열로 점철되지 않을 것이고, 그렇게 되어서도 아니 된다. 고도 성장기 시장의 자기조정으로 본다면 한국의 주택시장의 구조조정(특히 상대적 하향화)은 아직도 진행형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바라는 시장조정은 일본식 거품붕괴, 즉 경착륙을 막으면서 물가상승률이나 은행이자율에 준하는 완만한 가격상승과 합리적 가격형성을 유지하는 연착륙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올해 대세 상승이 이루어진다면, 조정기를 거친 주택시장으로서 회복이 안정화되면서 시장게임 룰(rule)을 따르는 시장 활성화로 이어져야 한다. 따라서 대세상승을 기대하더라도 과거 호황기에 대한 추억을 버려야 한다. 이것이 곧 주택시장을 진정하게 살리는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