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수원지법 성남지청 5호법정의 모습. 좌석이 60개도 안되는 곳에 200여명이 들어섰다. /김범수 기자
“사건번호 2013-21XXX 아파트는 김씨 4억1550만원, 이씨 4억1500만원으로 경기도 분당 야탑동에서 온 김씨가 최고가로 낙찰됐습니다”
지난 13일 오전 11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청 5호 경매법정. 집행관이 낙찰자를 호명하자 여기저기서 “겨우 50만원 차이야”, “놓친사람 억울하겠네” 등의 말이 오갔다. 이날 법정에는 좌석 60여개도 모자라 복도 공간까지 200여명이 빼곡히 들어차 발디딜 틈이 없었다.
김모(27)씨는 경쟁률 10대1의 광주시 다세대주택을 1억5089만원에 낙찰받았다. 2회 유찰돼 최저경매가는 1억2096만원이었다. 김씨는 “광주에 전세 살고 있는데 전세가격이 너무 올라 오래전부터 경매시장을 살펴보고 있었다”며 “내 집을 마련해 기쁘다”고 말했다. 김씨는 어머니를 끌어안으며 법정을 나섰고 주변에서는 축하한다는 말이 이어졌다.
새해에도 경매장에 사람이 몰리고 있다. 부동산 규제 완화와 전세값 고공행진 여파로 실수요자 중심으로 경매장을 찾고 있다.
◆ 새해에도 경매장은 후끈…60석 법정에 200명 몰려
경매 입찰서류를 받고 입찰이 마감될 때까지 법원 매점에서 대기하는 사람들의 모습. /김범수 기자
13일 오전 9시 30분. 영하 10도의 날씨에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청 5호 법정은 이미 발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가득찼다. 20~30대 젊은 부부부터 머리가 하얗게 샌 노인도 있었다. 경매 컨설팅업체 직원, 대출업체 직원도 많았다.
오전 10시 입찰이 시작되자 서류를 쓸 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은 법원 뒷편 매점으로 경쟁하듯 이동해 자리를 잡고 입찰 서류를 작성했다. 30여개 테이블은 금새 들어찼고 여기저기서 “얼마 쓰지” “얼마로 써” 하는 소리가 들렸다.
분당 거주 김모(54)씨는 “30평대 아파트 입찰을 신청하려고 왔다”면서 “전세값이 많이 올라 이참에 사려고 하나 생각보다 가격이 싸지 않고 사람이 많아 얼마를 써야할지 고민이다”고 말했다.
최모(57)씨는 “분당 전세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전세값이 너무 올랐다. 대출 금리 계산해보니 생각보다 적어 이번 경매에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날 가장 높은 입찰 경쟁률을 기록한 주택 물건은 경기도 광주시 회덕동의 한주빌라였다. 경쟁률 10대 1로 면적 72.5㎡, 2회 유찰돼 최저경매가 1억2096만원이었다. 낙찰가는 1억5089만원이었다. 분당구 야탑동 탑마을 아파트는 경쟁률 7대 1로 아파트 중 경쟁률이 가장 높았다. 면적 83.7㎡, 1회 유찰돼 최저경매가 3억6080만원으로 낙찰가는 4억1550만원이었다.
◆ 규제 완화·전세금 고공행진 여파…당분간 경매 열기 지속
/지지옥션 제공
경매 시장에 사람이 몰리고 있는 점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14일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수도권 아파트 낙찰율(경매에 나온 물건 중 낙찰된 물건 수)은 경매로 나온 688건 중 333건이 낙찰돼 48.4%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 평균 낙찰율은 40%였다.
경매 거래가 늘면서 낙찰가율(감정가격 대비 낙찰가 비율)도 고공행진 중이다. 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82.5%로 2011년 4월 83.1% 이후 2년 9개월만에 최고 수준이다. 지난 10월 80% 선을 회복한 이후 4개월 연속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평균 응찰자도 7.4명으로 지난해 9월 이후 최고다. 지난 8일 수원지법에 나온 영통동 신명아파트 전용 60㎡ 아파트에는 25명이 응찰해 감정가의 101% 수준인 1억7719만원에 낙찰됐다.
새해 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 낙찰가율이 높다. 부동산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취득세 영구인하와 저금리 모기지 확대 등 주택 매매 유인책들이 많아 저렴하게 집을 살 수 있는 경매시장에 주택 구매자들이 몰리고 있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올 들어 주택 매입자들로 경매장이 북적이고 있다”며 “경매에 나온 물건은 주로 시세가 바닥일 때 나온 것이 많아 실수요자라면 경매로 집 구매를 고려할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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