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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절벽 현실화, 경매시장 '풍선효과'9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4월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5368건으로 전월(1만196건)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특히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된 강남3구와 용산구는 거래가 거의 '멈춘' 수준으로 파악된다.
거래 절벽에도 불구하고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일부 인기 단지는 매물이 희소해 신고가에도 거래되지만 전체 거래량은 역사상 최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매매 시 관할구청의 실거주 요건 확인· 허가 절차를 거쳐야 한다. 반면 경매는 실거래신고와 실거주 요건이 적용되지 않아 규제를 우회할 수 있는 통로가 된다.
이 때문에 수요가 경매시장으로 쏠리며 낙찰가가 급등하고 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4월 서울 아파트 경매 평균 낙찰가율은 97.7%로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토허구역 인근 고급 아파트들이 고가에 낙찰됐다. 최근 압구정 현대아파트 전용면적 197㎡는 감정가 72억원 대비 130.1%인 93억7000만원에 낙찰됐다. 규제를 피하려는 투기적 수요와 실거주 수요가 경매시장에 동시에 유입된 결과로 풀이된다.
규제 사각지대와 전세 불안… "제도 손질 필요"반면 매매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전·월세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강남3구 일부 지역의 전세가는 4월 한 달 사이 0.5~0.8% 상승했다. 매물이 잠기고 전세로 눌러앉는 수요가 많아지면서 전셋값 불안이 확산될 조짐이다.
특히 토지거래허가제는 '공동주택 중 아파트'에만 적용된다. 이로 인해 고급 연립주택이나 오피스텔은 허가 대상에서 제외되며 오히려 5층짜리 노후 아파트까지 규제를 받는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 용산구 고급 주거단지로 꼽히는 '한남더힐'은 총 32개 동 중 11개 동이 연립주택으로 분류돼 토허제 규제를 피했다. 고도 제한에 따라 최고층이 3층이다. 외형상으론 고급 아파트지만 법적으론 연립주택이다.
반면 토허구역 내 외관상으로는 빌라에 가까운 5층짜리 건물인데도 '법적 아파트'로 분류돼 규제를 받는 곳도 여럿이다. 강남3구·용산구 내 공시가격 1억원 초반대 저가 아파트들도 이번 규제 대상에 대거 포함됐다.
정비사업 보류지와 오피스텔도 토허제 대상에서 빠졌다. 잠원동 메이플자이 보류지 29가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오피스텔 202실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토지거래허가제가 투기 차단이라는 목적에는 부합하지만 일괄적인 적용 기준과 경직된 운영 방식이 오히려 시장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한남더힐이나 타워팰리스는 100억원이 넘어도 규제 대상이 아니지만 공시가격 1억원도 안 되는 낡은 아파트는 허가를 받아야 팔 수 있다"며 "정책의 방향성과 현실이 괴리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고가 연립이나 오피스텔까지 규제를 확대하거나 경매시장에 실거주 요건을 부여하는 등 정교한 보완이 필요하다"며 "시장의 투명성과 형평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