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뉴스1) 조용훈 기자 = 건설경기 침체로 중견 건설사들의 자금난이 심화하면서 건설사들이 보유한 고가의 토지와 주택이 잇따라 경매에 부쳐지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앞으로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9일 경·공매 데이터 전문기업 지지옥션에 따르면 현대가 3세인 정대선 전 HN Inc 사장의 서울 성북구 성북동 대지와 고급 빌라가 강제경매에 들어갔다. 이는 평택저축은행의 신청에 따른 것으로, 정 전 사장이 최대 주주였던 HN Inc의 법정관리와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HN Inc는 '썬앤빌', '헤리엇' 등의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한 중견 건설사로, 부동산 경기 악화와 고금리 여파로 2023년 법인회생을 신청한 바 있다.
성북동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604.0㎡ 규모의 대지는 감정가 66억 9000만 원으로, 이미 1차 경매에서 유찰된 바 있다. 내달 진행될 2차 경매에서는 감정가의 20% 할인된 53억 5000만 원부터 입찰이 시작된다.
정 전 사장 부부가 거주 중인 성북동 고급 빌라 역시 경매 위기에 처했다. 228㎡(69평) 규모의 이 빌라는 감정가 26억 9000만 원으로, 1차 경매 유찰 후 내달 8일 21억 5000만 원에 재경매가 진행된다.

서울 종로구 혜화동 알짜 부지에 허가를 받고 주택 사업을 진행 중이던 부지를 포기한 건설사도 있다.
수인건설은 대학로 인근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에 위치한 432.4㎡ 규모의 알짜 부지에 신축 허가를 받고 주택 사업을 추진 중이었다. 그러나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해당 부지가 경매에 넘어갔다. 감정가 62억 7850만 원으로 시작된 경매는 세 차례 유찰된 끝에 지난해 11월 42억 1800만 원에 낙찰됐다.
같은 해 4월에는 용산구 한강로2가 한강대로변에 위치한 대지면적 1663㎡, 감정평가액 1432억 원 규모의 토지가 공매 매물로 나왔다. 강남역 인근 역삼동에서도 건설사 보유 토지가 경매에 부쳐진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 PF 연장이 어려워진 이상 여러 건설사가 골칫거리로 남겨진 토지를 매각하려고 할 것"이라며 "최근 서울뿐 아니라 지방 전역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어 건설사가 토지를 매각하는 사례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경매 사례가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주현 지지옥션 전문연구원은 "분양 시장 침체와 공사비 급등으로 많은 건설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유사한 경매 사례는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