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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2-08-20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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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SGMA (211.♡.252.35)
 조회 : 6,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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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의 규모가 900조 원을 넘어섬에 따라 주택가격 하락과 담보대출 부실화의 악순환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격거품 붕괴나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주택수요 감소 등의 주택시장 요인이나, 세계적인 금융 불안, 외국시장 침체에 따른 수출 급감 등의 외부적인 요인 등 많은 위험요인들 중의 일부라도 현실화된다면, 그 악순환 구조가 경제의 침체를 가속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악순환을 막기 위해 정부가 나서서 주택가격의 하락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한편, 인위적으로 주택가격을 지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런데 현재 부동산 규제 완화나 세금 감소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강남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던 참여정부 시기에도 정부의 “인위적 개입”에 반대했었는지 궁금하다. 가격이 오를 때에는 적극적인 개입을 주장하고, 가격이 내릴 때에는 개입에 반대하는 이율배반적인 주장이 나오는 것은 주택 등 부동산을 과학적 논의의 대상으로가 아니라 정치적, 이념적 문제로 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우리나라의 부동산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고 단정하고 이는 자본주의의 실패를 나타낸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좋고, 가격이 떨어지는 것을 막게 되는 정책은 무조건 나쁘다고 본다. 그러나 이 같이 정해진 “노선”에 얽매이지 말아야 정확한 현실 인식과 과학적 분석이 가능함은 물론이다.
주택가격 하락과 담보대출 부실화의 악순환에 관련된 작금의 논의에 대해서는 외환위기 때의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당시에도 부동산 가격 급락이 금융기관 부실화 등을 통해 경제불황을 가져온다는 시나리오를 흔히 접했다. 이는 일본에서 1990년 이후 실제로 나타났던 현상이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결과적으로 실현되지 않았다. 두 나라 사정이 매우 달랐던 것이다. 그 차이의 핵심은 부동산 가격거품이 존재하였는가의 여부이다. 일본의 1990년 부동산 시장에는 거품이 있었지만, 우리나라의 2000년에는 그렇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부동산 시장이 위기의 진원지였지만,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경제의 다른 부문에서 촉발된 위기의 파편을 맞았을 뿐이다.
현재 시점에서도 주택가격에 거품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내외적 요인 때문에 경제가 나빠진다면 주택가격이 그 영향을 받겠지만, 급전직하 식의 가격폭락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문제가 있다면 수출, 고용, 소득 쪽이지 부동산 쪽은 아닐 것이다. 구체적으로, 세계 경제상황이 악화돼서 수출이 급감하는 등의 충격이 오면 고용과 소득이 모두 타격을 입을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지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때의 부동산 가격하락은 거품 붕괴 식의 급격한 폭락이 아니라 경제여건 변화를 적절히 반영하는 정도의 하락세일 것이다.
부동산 시장이 폭락할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배제하면 부동산 시장발 금융불안의 가능성도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올해 1분기 말 가계부채 총액은 911조 원인데, 주택담보 대출은 예금취급기관 대출 391조 원, 국민주택기금 및 주택금융공사 대출 31조 원 등 총 422조 원이다. 이 중 약 절반이 실제로 주택을 구입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는 부족한 소득을 보충하기 위한 생활자금, 자영업자 사업자금, 중소기업 운영자금 등을 위해 주택을 담보로 활용했을 뿐이다. 가계부채 중 주택구입과 무관한 대출이 약 700조 원에 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주택보다는 서민 경제나 중소기업 쪽에서 금융 불안이 초래될 가능성이 훨씬 많다. 서민 경제나 중소기업 경기가 더 나빠진다면 주택가격이 더 떨어지지 않아도 이들 대출이 부실화될 수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이 조금 오르고 내리고는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담보 가격의 동향은 어려운 처지에 빠진 채무자들이 그나마 좀 건져갈 게 있나 없나를 결정할 뿐이다.
수출 등 실물경기 동향, 채무에 시달리는 서민, 자영업자 및 중소기업의 상황 등이 가계부채의 부실화를 결정할 핵심 요인들이며 보다 현실성이 높은 우려 대상이다. 주택가격 하락과 담보대출 부실화라는 악순환, 이에 따른 금융위기 가능성을 아직은 너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만에 하나 그 같은 위기상황이 실제로 닥친다면, 외환위기 당시 그랬듯이 그때 가서 시장을 부양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아도 될 것이다.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 본격적인 시장 부양책이 나오기는 이르다는 판단을 내리는 한 가지 이유는 설사 정부가 주택 등 부동산 시장을 부양하겠다는 결정을 하더라도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기 때문이다. 외환위기와 참여정부 때 경험했지만, 정부가 아무리 애써도 주택가격이 움직여가는 방향을 역전시키기는 아주 어렵다. 현재 시점에서 떨어지는 가격을 받쳐주려고 한다면 한시적으로라도 취득세 면제, 양도소득세 전면 유보, 대출규제 폐지 등의 파격적인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인데, 실제로 은행들이 픽픽 쓰러져가는 위기가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그 같은 고강도 대책을 내놓기 어렵다. 주택에 대해서는 세대 간, 계층 간 입장이 워낙 크게 갈려 있어서 고강도 대책을 뒷받침하는 정치적 기반을 확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물론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면 무조건 좋다는 “노선”에는 더 큰 오류가 있다. 말로만이 아니라 진심으로 시장기능을 존중한다면, 시장이 활황기에 있든 침체기에 있든 정부개입에 조심스러워야 한다. 결국, 적어도 현재 시점에서는 현실성이 높지 않은 비관론이나 이념적 “노선” 양자 모두로부터 벗어나서 국민들의 주거안정과 자산운용의 틀을 장기적으로 바르게 잡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주택시장을 일시적으로 부양하려는 정책보다는 시장을 정상화하는 장기 안정적인 대책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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