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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인 ‘6·27 대출 규제’가 발표되고 한 달이 지났다. 집값, 소득 관계없이 담보대출 한도를 6억원으로 제한하고, 신축 아파트는 전세 대출을 금지하는 등 강력한 조치에 서울 아파트 거래가 급감하고 가격 상승 폭도 줄어들면서 과열은 진정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주택 수요자들 사이에선 “대출 규제의 약발이 끝나면 집값이 다시 급등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여전하다. 이에 본지는 대학 교수와 연구원, 컨설턴트 등 부동산 전문가 10명에게 이번 대책의 효과 및 하반기 부동산 시장 전망을 물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단기적으로 아파트 수요를 누르면서 매매 시장이 안정된 것은 맞지만 가을 이사철 전세 시장 불안이 또다시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았다. 향후 필요한 추가 정책으로는 신속한 공급 대책과 지방 부동산 회복을 위한 세제 혜택 등이 꼽혔다.
올 상반기 같은 집값 급등이 하반기에 재현될 것이란 의견은 거의 없었다. 하반기 아파트값 전망을 묻는 질문에 10명 중 8명이 ‘상승’이라 답했지만, 3% 넘는 급등을 예상한 사람은 세 명뿐이었다.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값은 3.4% 올랐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여름철이 부동산 비수기라는 걸 고려해도 6·27 대책이 서울 아파트 과열을 진정시켰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하반기에도 강보합 수준의 장세가 예상된다”고 했다.
다만, 규제 효과가 지속될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의견이 많았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과거 문재인 정부에서 이미 다양한 대출 규제를 경험해봤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사람들이 적응하면서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대출 규제의 영향을 덜 받는 10억원대 초·중반 아파트에 수요가 몰리면서 가격이 오르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에 대해선 10명 중 9명이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봤다. 이 중 6명이 3% 이상 급등을 예상했다. 올 상반기 상승률(0.93%)보다 세 배 이상 큰 폭이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 때부터 이어진 다주택자 규제로 전세로 활용할 수 있는 주택 자체가 줄어든 데다 6·27 대책으로 신축 아파트 전세 대출이 금지되면서 전세 공급이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대책 발표일 이후 한 달 만에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5.3% 줄었다. 최창욱 건물과사람들 대표는 “향후 서울 신규 입주 물량도 크게 줄어들 전망이어서 한정된 전세 매물을 두고 세입자들의 경쟁이 심해질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전세 가격이 더 오르고, 전세살이에 지친 사람들이 일부 매매로 돌아서면서 집값도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을 장기적으로 안정시키기 위한 추가 정책에 대해선 전문가들은 일제히 ‘신속한 공급 대책’을 꼽았다. 확실한 추가 공급 신호가 없으면 억눌린 매수 수요가 언젠가는 튀어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수도권 재건축과 재개발을 활성화하면서 동시에 유휴 부지 개발과 3기 신도시 등 공공 공급에 대한 구체적 로드맵을 제시해 수요자들의 불안 심리를 해소해줘야 한다”고 했다.
파격적인 인센티브로 장기 침체에 신음하고 있는 지방 부동산 시장을 살릴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방 자산가들까지 서울로 몰린 것이 서울과 그 밖의 지역으로 집값이 양극화한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권대중 서강대 교수는 “수도권 외곽으로 이사하면 양도세 면제·취득세 감면, 지방으로 귀촌·귀향할 경우 보유세를 영구 면제해주는 등 과감한 혜택을 주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 교수,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 박민수 더스마트컴퍼니 대표, 신현강 부와지식의배움터 대표,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 최창욱 건물과사람들 대표,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