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직접설립’·‘보조금 지원 동의율 완화’ 등 행정지원
“입지 좋아 매물 구하기 힘들 정도”
“대출규제 이후 잠잠…초기 단계 투자하긴 이르다” 지적도

“다른 동네는 노후 주택단지여도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곳들이 많은데 자양4동은 속도가 빠른 편이에요. 가격이 이미 많이 오르긴 했지만 한강변이다 보니 주민들이 기대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자양4동 A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지난 16일 오후 뚝섬한강공원을 끼고 있는 서울지하철 7호선 자양역에서 도보로 5분정도 이동하니 자양4동이 보였다. 자양4동 A구역 일대 곳곳에 정비계획 결정 및 정비구역 지정 고시를 축하하는 건설사들의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16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4동 A구역 일대. /방재혁 기자
한강을 눈앞에 두고 있는 입지였지만 주거환경은 열악했다. 빌라 등 비아파트들이 노후됐고, 비가 내린 이날 곳곳에 물웅덩이가 생길 정도로 도로도 노후돼 있었다.

공인중개사무소에서 만난 주민 박모(55)씨는 “인근 아파트 단지들도 그렇지만 여기 빌라들은 건물들이 더 오래됐다”며 “그나마 진행속도가 빨라 내년에 조합 설립이 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기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자양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서울시장이 관심을 갖고 있는 지역으로 알려진 데다 사업 추진 속도도 빠르다. 입지도 워낙 좋기 때문에 주민들이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며 “6·27 대출규제 발표 이후 조금 주춤하지만 여전히 투자 문의도 많다”고 했다.

광진구 자양동 일대는 서울시의 행정·재정적 지원을 받아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는 지역이다. 노후된 주택, 애매한 입지 탓에 저평가돼왔지만 강남3구·용산구 등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확대에 대체지로 투자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상승했고 정비사업, 부동산시장 활성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한강변 주택공급 확대의 일환으로 광진구 자양4동 정비사업에 대한 행정지원을 예고했다. 자양4동 A구역은 자양동 57-90 일대(13만9130㎡)로 성수전략정비구역 4지구와 인접했지만 노후 단독·다세대주택이 혼재된 상태로 정비 필요성이 컸던 지역이다.

이 지역은 2022년 12월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선정된 이후 광진구가 지속적인 행정 지원을 해왔다. 이후 지난 9일 서울시 도시계획심의를 통과해 정비계획을 고시했다. 기존 제1·2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제3종으로 용도지역이 상향되면서 최고 49층, 2999가구 규모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16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4동 A구역 일대. /방재혁 기자
서울시가 추진하는 ‘조합 직접설립 제도’와 ‘보조금 지원 동의율 완화’가 동시에 적용된 첫 사례로 꼽힌다. 추진위원회 없이 곧바로 조합 설립이 가능하도록 절차가 간소화됐고, 설립 보조금 지급 기준인 주민동의율이 기존 75%에서 50%로 대폭 완화됐다. 자양4동은 주민동의율 57%를 확보해 개선된 제도를 적용받아 기간이 최소 6개월 이상 단축돼 내년 상반기까지 조합설립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존 용적률이 높아 사업성이 상대적으로 부족했지만 2030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에서 처음 도입된 ‘현황용적률 인정’과 ‘사업성 보정계수’를 적용받아 사업성도 개선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4일 자양4동 A구역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과 간담회를 갖기도 했다. 오 시장은 이날 “규제 철폐를 통해 실질적인 공급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자양역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더 이동해 자양7구역 재건축정비사업지도 볼 수 있었다. 자양현대홈타운, 자양동삼성아파트, 자양우성 1·2차 등을 지나니 자양7구역 재건축이 예정된 빌라들이 밀집해 있었다. 해당 지역 역시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는 곳이다. 2019년 정비구역으로 지정됐고, 2021년 조합설립인가를 받은 뒤 2023년 10월 DL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했다.

지난 4월 총회에서 동쪽 도로변 약 1만㎡ 부지를 추가로 편입하는 안이 통과돼 정비계획 변경 절차를 진행 중이다. 변경이 시행되면 제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종상향이 가능해 전체 분양 면적이 30% 가까이 늘어난다. 이에 따라 기존 917가구에서 1200가구 이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밖에 자양1·2동도 모아타운 방식의 소규모 재개발을 추진 중이다. 모아타운 방식은 사업 추진 속도가 빠르다는 강점이 있어 빠른 정비사업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자양1·2동은 한강과 가깝고, 역세권 지역으로 사업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16일 오전 서울 광진구 자양7구역 재건축 정비사업 예정지 일대. /방재혁 기자
이처럼 자양동 일대가 서울시 행정·재정 지원으로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투자수요가 추가 유입될 것으로 보인다. 잠실과 성수 사이 틈새 입지인 데다 토허구역 지정도 피한 지역으로 최근 투자 유입이 늘었다.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한달간 자양동 아파트 매물은 545건에서 462건으로 15.3% 감소했다.

다만 사업추진 속도가 빨라도 정비사업 완료까지는 수년이 걸리는 데다 최근 가격이 상승하면서 시장이 활성화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자양동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최근 매물이 급감하고 투자수요는 늘면서 매물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며 “나와도 높은 가격이 형성되고, 6·27 대출 규제 이후 갭투자도 어려워지면서 다시 시장이 잠잠해졌다”고 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성수동 등 성동구와 붙어있고 한강벨트 지역이라 자양4동 A구역까지 정비사업이 완료되면 시장이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아직 정비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긴 해도 초기단계에 불과하기 때문에 투자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