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까지 끌어 재원을 마련한다는 이른바 ‘영끌’로 주택을 무리하게 사들인 집주인이 고금리 여파에 무너지면서 임의 경매 물건이 쏟아지고 있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인데 특히 대전에서 경매로 넘어가는 부동산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동주택으로 한정하면 세종의 상황이 더 심각하다.

14일 대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임의 경매로 쏟아진 전체 부동산(공동주택, 토지, 건물)은 지난해 10만 5614건으로 2021년(6만 6248건)보다 59.4% 증가했다. 임의 경매 건수가 10만 건을 넘은 건 지난 2014년(12만 4253건) 이후 처음이다. 이처럼 임의 경매 건수 증가는 전국적인 현상인데 증가율이 가장 크게 오른 곳은 대전이다. 대전지역 부동산은 지난해 2028건이 임의 경매로 나와 2021년(735건)에 비해 무려 175.9% 늘었다. 세종도 2021년 422건이었다 지난해 971건으로 13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충남과 충북은 약 30% 늘었다.

부동산 중 공동주택(아파트 등)만 보면 전국에서 세종 증가세가 가장 가파르다. 대전은 2021년 398건이었는데 지난해 895건으로 124%, 세종은 155건에서 424건으로 173% 각각 증가했다. 세종의 증가율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고 이어 부산, 대전 순으로 나타났다. 충남과 충북은 3~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임의 경매가 증가한 이유는 고금리에 부담을 느낀 차주가 많아졌단 뜻이다.

임의 경매는 금융기관 등에 일정 기간 이자를 내지 못하면 채권자가 법적 절차 없이 바로 경매로 넘기는 절차로 집주인이 금리 부담을 이기지 못해 이자를 내지 않아 집이 경매로 넘어간 것이다. 과거 무리하게 대출을 받는 영끌을 통해 집을 샀다 포기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대전과 세종은 0%대 초저금리 시대에 부동산시장이 가장 활발했던 지역이어서 영끌이 대거 등장한 게 해당 지역의 임의 경매 증가 원인으로 꼽힌다.

임의 경매가 늘었다는 건 단순히 차주가 집을 포기했다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영끌족은 대개 집을 사들인 뒤 곧바로 전세를 놓는 갭투자를 선호했는데 임의 경매로 넘어간 집의 세입자는 거주지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항력을 갖지 못한 후순위 세입자라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여지도 충분하다.

지역 부동산 관계자는 “여전히 높은 금리에 원리금 상환 부담을 견디지 못해 임의 경매 물건은 당분간 계속 증가할 수밖에 없어 주의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김동은 기자 yarijjang@gg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