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완화 기대감, 분양권 전매 급증
실거주 의무 폐지 논의 '지지부진'
"1주택자 대상 규제…다주택자 갭투자 성행 한계"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리면서 한 달 사이 서울의 분양권 거래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실거주 의무 폐지도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데일리안 김민호 기자[데일리안 = 배수람 기자]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리면서 한 달 사이 서울의 분양권 거래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실거주 의무 폐지도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0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날 실거주 의무 폐지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을 논의한다. 앞서 지난달 26일께 국토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주택법 개정안을 심사할 계획이었지만, 여야 이견으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보류됐다.
세트로 묶인 분양권 전매제한 완화는 이미 시행 한 달째에 접어들었다. 전매제한은 정부 시행령만으로 가능해 지난달 7일부터 시행 중이다. 종전 수도권 기준 최대 10년이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은 공공택지·규제지역과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은 3년,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로 줄었다.
이에 따라 지난달부터 서울에선 13개 단지의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졌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서울의 분양권 전매 건수는 36건이다. 1년 전 5건에 그쳤던 것을 감안하면 7배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해부터 올 3월까지 줄곧 한 자릿수를 유지하던 분양권 전매 건수는 4월 전매제한 완화가 본격화하면서 두 자릿수로 대폭 증가했다. 이달에는 5건이 거래된 것으로 집계됐다.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선반영된 것이다.
현행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을 분양받으면 최대 5년간의 실거주 의무를 지닌다. 정부는 거주 이전의 자유를 보장하고 주거 수요가 높은 지역의 신축 공급을 활성화하기 위해 해당 규제의 전면 폐지를 약속한 바 있다.
실거주 의무가 폐지되면 입주 시 전세를 놓고 잔금을 치를 수 있어 수분양자의 자금 부담이 줄게 된다. 또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것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최근 전국적으로 불거지는 전세사기, 깡통전세 등으로 실거주 의무 폐지에 제동이 걸렸다. 실거주 의무가 사라지면 갭투자가 성행해 보증금 미반환 사고나 지금과 같은 전세사기 문제를 더 키울 수 있단 우려에서다.
실거주 의무가 유지되면 사실상 분양권 전매에 나설 이유가 사라진다. 정부는 실거주 의무 폐지에 대한 소급적용을 약속했지만, 만약 입주 전까지 관련 법이 마련되지 않으면 입주 예정자들은 어쩔 수 없이 입주해야 한다. 현행 실거주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분양권 매도자는 적발 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게 된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는 "일부 실거주 의무 폐지가 다주택자의 갭투자를 부추길 수 있다고 오해하는데 실거주 의무는 1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규제"라며 "1주택자가 본인의 자금 사정에 따라 입주 여부를 결정하기 마련인데 분양받은 주택에 무조건 들어가라고 강제하는 제도는 어느 나라에도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실거주 의무가 여전하지만, 전매제한 완화 이후 분양권 거래가 늘어난 건 정부가 약속했기 때문"이라며 "실거주 의무 폐지에 소급적용까지 언급했는데 유야무야되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폐지로 인한 부작용 우려가 크다면 후속 방안을 마련하거나 규제 완화 수준을 조정하는 식의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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