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6일 북부지법 경매장 모습/강도원 기자

올해 부동산 경매장은 말 그대로 북새통이었다. 전세난에 정부가 연이어 실수요자를 위한 부동산 대책을 내놓으면서 내 집 마련을 위해 나선 사람들로 경매장이 가득 찼다.

내년에도 경매시장에는 사람들로 북적거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취득세 영구인하와 저금리 모기지 확대 등 주택 매매 유인책들이 여전해 좀더 저렴하게 집을 살 수 있는 경매시장에 주택 구매자들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내년 경매시장, 사상 최고 기록 이어갈 듯

경매장은 올해 금융위기 이후 최고 호황을 기록했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서울 수도권 아파트(주상복합 포함) 경매 낙찰가율은 78.7%(30일 기준)로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부동산 경매정보업체인 부동산 태인도 올해 부동산 경매 낙찰금액은 17조1320억원으로 2000년 이후 거래가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지지옥션 제공

지지옥션 하유정 팀장은 “정부의 8·28 전·월세 대책 이후 취득세가 85㎡ 또는 6억원 이하 주택은 1%로 낮아지면서 경매 시장에 사람이 많이 몰렸다”고 분석했다.

이런 추세는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 전세난이 지속되는 점이 가장 큰 이유다. 전국 전세값은 작년 8월24일부터 현재까지 70주 연속 상승세다. 경매 물건 수가 많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실수요자가 보다 다양한 물건을 선택할 수 있다.

경매로 예정 물건 수는 11월 3723건, 12월 5560건, 1월 7357건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경매로 나온 수도권 아파트 수는 총 1만4153건이었다. 200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경매로 나온 물건 수는 2010년 이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유찰 시 가격 할인 폭인 ‘저감률’이 기존 20%에서 30%대로 확대되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다. 올해 부산, 수원지방법원, 여주지원은 저감률을 20%에서 30%로 확대했다. 저감률이 높아지면 유찰 시 가격 할인 폭이 커져 더 싸게 물건을 매입할 가능성이 커진다. 경매장에 물건이 많아지면 법원은 저감률을 높여 물건을 빨리 처분한다.

하 선임연구원은 “전세난이 지속되고 있고 내년에는 정부가 1%대 초저금리 모기지를 확대해 경매 시장에도 실수요자가 많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토지보다는 아파트나 주택 위주로 수요가 많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시부동산정보광장

◆ 살 사람은 이미 집 샀다…금리 인상 등 불안요소 지적도

올해 경매 시장에 실수요자들이 많이 몰린 이유 중 하나는 정부 대책 때문이다. 올해 85㎡ 이하 또는 6억원 이하 주택을 살 경우 5년간 양도소득세를 면제받을 수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혜택이 사라진다.

하 선임연구원은 “경매는 실수요자 위주의 시장이기 때문에 양도세 혜택이 있어 일부 수요자들이 유입될 수는 있지만, 결정적인 이유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올해 주택거래량이 예년보다 많이 늘어난 점은 불안 요소로 꼽힌다. 이미 집이 필요한 사람은 많이 샀다는 것.

서울시 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서울시 아파트 거래량(30일 기준)은 5만9601건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인 2009년(7만4214건) 이후 최고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상 압박이 크다는 점도 변수다. 부동산114 함영진 리서치센터장은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매 수요는 여전히 이어질 수 있지만, 기준 금리 인상으로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는 점은 변수”라고 지적했다.

[강도원 기자 theon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