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중인 건물이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이 되지 못한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된 경우, 공사수급인은 건축 중인 건물 또는 토지에 대해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
대법원 2008. 5. 30. 선고 2007마98 판결
<사실 관계>
건설업자 X는 A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해 A가 소유하고 있는 토지 위에 건물을 신축하기 위한 기초공사를 진행했으나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에 이르지 못한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이후 위 토지에 대한 경매절차가 진행돼 Y가 위 토지를 경락받고 매수대금을 완납해 소유권을 취득한 후 집행법원에 인도명령을 신청했다. X는 공사대금채권에 기한 유치권항변을 하며 인도명령에 대해 재항고를 했다.
X의 유치권 항변은 타당할까...?
<해설>
건물을 신축하던 중 자금이 부족해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 신축공사를 하던 건설업자가 신축 중인 건물을 점유하면서 공사대금을 지급받고자 유치권항변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데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 등에 관해 생긴 채권을 담보하기 위해서 이를 점유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권리이므로 신축 중인 건물을 유치권의 대상으로 하기 위해서는 이를 별개의 독립된 물건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
신축 중인 건물이 어느 정도에 이르러야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에 해당해 독립된 물건으로 볼 수 있는 것일까. 기초공사 정도가 이뤄진 정도로는 토지의 부합물에 불과할 것이므로 공사가 진행됨에 따라 별개의 독립된 소유권의 객체가 되는 단계를 언제로 봐야 하는지 문제 되는 것인데, 이에 대해서 대법원은 ‘최소한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주벽’이 갖춰져 사회통념상 독립한 건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해오고 있다(대법원 1986. 11. 11. 선고 86누173 판결 등). 따라서 X의 신축 중인 건물에 대한 유치권항변은 배척됨이 당연하다.
그러면 X로서는 토지를 점유하고 있다고 하며 토지에 대한 유치권을 주장할 수는 없을까..?
유치권이 성립하려고 ‘그 물건에 관하여 생긴 채권’일 것, 즉 견련성이 필요한데, 건물 신축에 따른 공사대금채권은 신축 건물에 대해 생긴 채권일 뿐 토지에 관한 것은 아니므로, 가령 아파트신축공사 중 토목공사 부분에 대하여 별도로 도급계약을 체결한 것과 같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건물을 신축한 건설업자는 토지에 관해서 유치권을 주장할 수는 없다(대법원 2007. 11. 29. 선고 2007다60530 판결). 나아가 건설업자로서는 상인 간의 상행위 때문인 채권임을 주장하며 상사유치권의 성립을 주장하는 경우도 있는데, 건물 신축공사의 수급인은 공사완성의무를 이행하고자 토지를 점유한 것일 뿐 상행위인 도급계약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하여 점유한 것이 아니므로 토지에 관한 상사유치권이 성립되지도 않는다(대법원 2008. 12. 24. 선고 2007다52706, 52713 판결). 결국 이 사건에서 X의 신축 중인 건물 또는 토지에 대한 유치권 항변은 모두 배척됐다.
건물 신축을 도급받은 건설업자로서는 공사가 상당 부분 진척됐다면 건물에 대한 유치권을 행사해 공사대금을 변제받을 수 있을 것이나 신축공사의 초기 단계에서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에는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을 유념하고, 미리 토지에 대한 저당권을 설정받는 등의 적극적인 담보방안을 확보하는 것이 안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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